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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은 의지가 아니라

질문으로 만드는 구조입니다.

첫 번째 The ONE Thing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이 모임이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을 것인가”를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유월님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유월님의 소개는 흔한 이력 소개가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해왔다”가 아니라, “왜 이런 방식으로 읽게 되었는가”로 이어지는 이야기였어요. 한 권의 책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배경을 듣는 순간부터 이미 모임은 시작되어 있었습니다.

방법론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체질을 만드는 사람

유월님은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한동안 대기업에서 전략·혁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오셨다고 했습니다. 회사 밖에 존재하는 여러 방법론을 공부해서, 회사 안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내재화(체질화)시키는 일이 주된 업무였다고요.

그 과정은 단순히 “소개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방법론이라는 것은 도입되는 순간부터 현실과 부딪히기 시작하니까요. 엔지니어는 엔지니어의 일만 해도 바쁘고,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해도 벅찹니다. 그들에게 “식스시그마도 배우고, 디자인씽킹도 하고, 애자일도 해보자”는 말은 쉽게는 ‘또 하나의 업무’가 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유월님은 방법론의 껍데기와 과정은 자신이 잡고, 프로젝트 구성원들은 현장의 알맹이(콘텐츠)를 채우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누며 현장을 설계해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질문이 시작됩니다.

왜 어떤 건 잘 먹히고, 어떤 건 안 먹힐까

유월님은 “튜닝”이라는 단어를 꺼내셨습니다.

같은 방법론인데도 어떤 팀에서는 놀랍게 잘 작동하고, 어떤 팀에서는 겉돌고, 어떤 조직에서는 아예 거부 반응이 나온다는 것. 그 차이가 너무 궁금해서 계속 파고들게 되었다고요.

이 지점이 저는 유월님의 읽는 방식을 결정적으로 설명해준다고 느꼈습니다.

방법론을 다루는 사람은 문장을 좋은 말로만 읽을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언제나 이렇게 질문받기 때문이죠.

“왜 꼭 이렇게 해야 하죠?”
“우리 상황에서는 뭐가 다른데요?”
“이게 안 되면, 어디부터 깨지는 거죠?”

결국 유월님에게 읽기는 감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 여부를 가르는 디버깅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방식이 달라졌다

유월님이 말한 “책을 읽는 방식이 좀 독특해진 것 같다”는 고백은, 그 자체로 한 가지 선언처럼 들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책을 읽을 때 맞는 말을 찾거나, 좋은 문장을 수집합니다. 하지만 유월님은 더 자주 이런 쪽을 봅니다.

이 문장은 어떤 전제를 깔고 있는가.
이 구조가 현실로 내려오면 어떤 지점에서 막히는가.
사람들이 싫어하는 지점은 내용 때문인가, 과정 때문인가.
그리고 결국, 이걸 내 삶에 맞게 바꾸려면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이 질문들은 독서의 온도를 올려줍니다. 문장을 따뜻한 위로로 끝내지 않고, 움직이는 구조로 바꾸어주니까요.

하드씽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 – 사람의 문제라는 솔직한 고백

모임 중 재미있었던 순간이 하나 있었습니다.

유월님과 Thinking Better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저는 다른 책도 제안했지만, 유월님은 그 중 마음에 드는 것만 골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유월님이 거부한 책 중엔  Hard Thing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월님은 그 책을 사긴 샀지만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 책은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사람에 관한 일이고, The ONE Thing은 일에 관한 일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유월님은 자신이 관심이 더 가는 쪽이 일이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근데 사실… 사람 쪽이 더 중요하긴 해요. 저도 알아요.”

이 대목에서 저는 첫 모임의 공기가 한 번 바뀌는 걸 느꼈습니다.

이건 책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의 고백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종종 일이라는 이름으로 집중을 정당화하지만,
결국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벽은 사람에서 오니까요.

어쩌면 The ONE Thing을 읽는 첫 모임에서 이 고백이 나온 건, 꽤 중요합니다. 원씽이 단순히 생산성의 기술이 아니라, 내가 회피해온 핵심을 마주하는 질문이 될 수 있다는 신호였으니까요.

첫 모임의 결론 “원씽”은 목표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날 우리는 아직 책의 내용을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미 중요한 합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모임은 “책을 잘 읽는 모임”이 아니라,
책을 통해 내 질문의 방향을 맞추는 모임이라는 것.

그리고 유월님이 가진 현장 감각은, 그 질문을 더 날카롭고 현실적으로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멋진 문장을 예쁘게 적는 대신, 그 문장이 내 삶에서 어디에 걸리는지 확인하고, 내가 정말 바꿔야 할 한 가지가 무엇인지 찾아가는 방식으로요.

다음 모임에서는, 이제 정말로 원씽을 꺼내 들 차례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은 끝났습니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읽기 전에,
읽는 사람의 태도를 먼저 맞췄으니까요.

지식은 로스팅하고, 관계는 브루잉합니다.
이번 원씽 모임은 그 로스팅이 시작된 첫 연기였습니다.